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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연맹 함대의 공격으로 생긴 흉터였다.

고치려고 생각만 하면 완전히 복구할 수 있지만, 소녀는 그 상처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야릇한 표정으로 흉터를 바라보고는, 이윽고 흉터에다 가볍게 뺨을 비볐다.

그리고 몇 분 후, 소녀는 물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아아, 이 상처가 생긴 때의 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마치 1초 전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그 순간, 확실히 나는 우주의 중심에 있었어.

쓰나미와 같이 밀려오는 감정과 정보를, 뇌의 처리가 따라가지 못해, 잠깐이지만 미쳐 있었어···.

그 순간… 내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본능이 눈을 떴어.

냉정한 의식은 저멀리 날아가고 『동물』로서의 본능을 드러낼 수 있었어.

태어나서 한 번도 그 정도의 쾌락을 느껴본 적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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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런 일을 느낄 수 없을 거야····.

그 순간… 나는 그들과 대등하게 「살아」 있었어···.

만약 다시 미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으려나?

…대답은 이미 전부 알고 있어.

마치 신과 같이 그들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구제하거나, 마치 마왕과 같이 그들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몰살하겠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간, 결국 나는 최종적으로 그들을 멸하게 될 거야.

그만한 힘이 나에게는 있어.

이런 가느다란 몸에 그런 절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자유를 찾아 선조들이 만들어 낸 이 힘으로…. 과연 그들은 정말로 자유를 획득했었던 걸까?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완전하고 만능인 갑옷은, 완전하고 만능인 구속 도구나 다를 바 없어.

나는 이 힘에 묶여,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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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괴로운 삶을 사는 그들이 부러워.

아아, 자유롭게 인생을 사는 그들을 시기해.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내 가슴을 두근두근거리게 만들어···.

욕실의 천장을 응시하던 소녀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공간에서 술이 든 잔이 나타난다.

소녀는 잔을 손에 들고, 바깥 세상을 더 자세히 느낄 수 있도록 눈을 감았다.

그리고 폐허의 광장에서 술잔치를 하고 있는 여성 학자를 향해 작게 『건배』라고 속삭이고는, 자신의 잔에 담긴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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