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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수는 없다. 나는 복도 가장자리에 다가서, 웅크리고 앉아 몸을 굳혔다.
초조는 않아.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도록 각오만 하면서, 그저 그때를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것은 내 예상대로, 어둠에 묽게 물든 인골이었다. 단순한 인골과 다른 것은, 그 인골이
급소만을 덮은 경갑옷을 입고 있는 것과, 대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뇌도 심장도 없는데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갑주가 뼈와 부딪쳐, 조그맣게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낸다. 그것이 2체, 마치 복도를 가로막듯 옆으로 나란히 서서 복도를 걷고 있었다.
피도 살도 심장도 없이 움직이는 그 모습은 몹시 부자연스럽고 꺼림칙하여, 내가 아직 살아있을 때 갑자기
만났더라면 충격으로 심장이 멎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옛날 이야기에서는 스켈레톤이라고 불리는 언데드였다. 검과 방패,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으니 스켈레톤 나이트라고 부를까.
지난 일주일간, 나는 로드의 사냥을 따라가는 도중 몇 번이나 스켈레톤 나이트를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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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겨뤄보기도 했지만, 스켈레톤 나이트는 뼈만 있는 모습에 반해 민첩하고 숙달된 검기를 지니고 있어,
힘과 무게에서는 내가 이겼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대였다.
아픔은 없지만, 육체의 손상을 입으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둔해진다. 1체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만, 2체 동시라면 산산조각 분해되어 끝이다.
혹시 기적이 일어나 2체를 쓰러뜨렸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끝날 리 없다. 사악한 마도사의 저택은 외적으로부터의 경비도 만전하다는 것이다.
항상 다수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배회하는 복도를 그 눈에서 피해서 움직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피로는 없고 잠을 자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상상이 맞다면 걱정은 필요없다. 언젠가는 확인해야 할 운명이었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멈춰 서서, 신속하게 머리만 움직여 나를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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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츠리듯이 신체의 움직임을 멈춘다. 1초가 10초로도 100초로도 느껴졌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눈구멍을 이쪽으로 가만히 향하고 있었지만,
곧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리고――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릇으로 한숨을 내쉬고, 몸의 경직을 푼다.
공격받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었다.
스켈레톤 나이트에게 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더 단순한 이야기, 그들은――동료
언데드인 나를 공격하지 않도록 명령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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