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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내가 도망칠 가능성을 전혀 상정하고 있지 않다. 명령을 잊었을 가능성은 없다. 죽은 자를 조종하는 마도사가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 리가 없다.
아마 최초의 명령은 특별히 의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압 밖에 낸 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내가 도망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지 않는가?
만약 심장이 멎지 않았다면, 내 심장은 긴장으로 두방망이질을 쳤을 것이다.
행운이었다.
과거의 자신에게 감사한다. 처음 눈을 뜬 순간, 로드에게 말을 걸지 않은 건, 정말로 행운이었다.
다시 생각하면, 지금까지 로드의 말은 모두 혼잣말과 비슷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명령할 때조차――
이쪽의 의사를 묻는 듯한 기색은 없었다.
다리를 빼고, 살짝 문을 닫고 방금 전에 서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이 상황에서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부주의하다. 적어도 로드의 하루 행동 패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나의 상상이 맞다면――로드는 나에게 자의식이 있단 걸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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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보는 부족하지만, 언어가 통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도 그렇고, 일체 이쪽에서 말을 걸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점도 그렇고, 그렇게 크게는 빗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의식이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더욱 『처음으로 해야 할 명령』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들켜서는 안된다.
손을 축 늘어뜨리고, 조각상처럼 자세를 유지한다. 무엇을 하든, 기회는 있을 것이다.
로드를 적대하든 안 하든, 손에 든 패는 많은 게 좋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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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할은 로드 로로스의 보좌였다. 주된 일은 야외에 나갈 때의 호위 겸 사냥.
로드는 나를 이용해 마수를 사냥하고, 그 마수의 시체를 이용해 새로운 언데드를 만들어냈다.
익숙해지는 법이다. 처음에는 어설펐던 전투에 대해서도, 수를 거듭할 때마다 효율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물어뜯는 야만적인 방법을 쓸 필요도 없다.
나의 육체에는 아픔이 없고, 피로가 없으며, 게다가 로드의 백업은 완벽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이렇게까지 밥상을 차려주면 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전투에서 로드가 언데드의 사역이나 회복 마법뿐 아니라, 공격 마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솜씨를 자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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