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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시체 안치소를 나와, 계단 위를 응시한다.
저택은 방 안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빛 같은 것이 없다.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창문도 모두 나무판으로 막혀 있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도 거의 없지만, 지금의 내 눈에는 온 세상이 낮처럼 선명하게 보인다.
주택은 꽤나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나아가면 들킬 걱정은 없을 것이다.
자신을 타이르고 손바닥을 움켜쥐어, 정신을 집중한다.
나는 이 몸이 되어, 생전의 육체가 얼마나 잡음을 내고 있었는지를 알았다.
심장의 고동. 호흡의 소리. 그것들이 발생하지 않는 시체의 신체 감각은 신기한 이야기지만, 청각도 시각도 후각도 생전에 비해 훨씬 날카롭다.
잘 주의하면, 상대의 호흡 소리마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옛날 버릇으로 크게 심호흡을 한 후 각오를 다지고, 진정한 자유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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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하게 어둠에 휩싸인 저택을 탐색해 나간다.
목표로 하는 것은 서재나 도서실, 여하튼 현재의 내 상태에 대해 쓰여진 자료가 있는 장소다.
다행히도, 나는 글을 읽을 줄 안다. 누워만 있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 독서였다.
읽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살고 있던 나라의 공용어인 라티스어뿐이지만, 로드가 사용하고 있던 말도 그것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뭐든지 좋으니까 정보를 원한다.
일단, 로드가 항상 있는 연구실 같은 방에서 떨어진 곳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이 저택은, 기억에 있는 생전에 내가 살던 저택과 달리, 최대한 쓸데없는 장식이 걸려 있지 않았다.
융단도 깔려 있지 않고, 꽃이 심어져 있는 것도 없다. 그저, 그것만으로 어딘가 무기질적인 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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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흡수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발소리가 나버릴 것 같다.
하지만, 다소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른 발소리에……섞일 테니까.
눈을 감으면 딱딱하고 규칙적인 발소리가 울려서 들린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이 저택에 있는 살아있는 자는 로드와 또 한 명뿐이지만, 살아있는 자를 제외하면 그뿐만이 아니다.
이 저택에는 무수한 경비가 깔려 있다. 그것도 죽은 자의 경비병이다.
이곳은 이른바, 로드 호로스의 성이었다. 죽은 자의 왕이 사는 어두운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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