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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멧 경, 만나서 영광입니다. 저는……센리 실비스. 종언 기사단의 일원입니다”

수수한 색의 로브. 그 주머니에서,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작은 인장을 꺼낸다.

종언 기사단의 증거――검과 십자가가 조합된 문양의 인장이다.

직접 본 순간에 조금 기분이 나빠진다.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어쩌면 나를 생각해서 숨겨주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무심코 나도 눈을 크게 뜬다. 센리의 등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녀는 에페에게 검을 돌려줄 의사를 보였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도, 실질적으로 탈퇴한 입장을 이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센리의 목소리에 망설임은 없다. 망설이지 않고, 나를 등지고 아버지를 마주보고 있다.

이런 촌구석에 종언 기사단이 찾아오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하물며, 언데드가 된 아들이 그 일원을

데리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 종언기사단……이라고?”

“지금은……일시적으로, 동료로부터 떨어져 있지만……당신의 아드님은 정말로 강합니다. 사악한 술로

영혼을 능욕당해도……전혀 제정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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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막힘이 없었다. 나이차도 큰 아가씨에게 압도당한 듯 아버지가 뒷걸음친다. 항상 약간 퉁명스러운 센리가 경어를 쓰는 모습은 매우 드물다.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칼날처럼 올곧고, 확신에 차 있었다.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거기에 있는 것은 누구나 상상하는 완전한 종언 기사였다. 흡혈귀에게

덮쳐진 자는 정신이 오염된다고 하는데, 그런 모습은 조금도 없다.

피를 마시고 싶다. 나는 덮쳐오는 엄청난 흡혈충동을 얼굴을 찡그려 억눌렀다.

센리가 말한다.

“포멧 경……당신이 안고 있을 염려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기는……그를 믿고, 저에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 아까까지 있던 긴박했던 분위기는 무산되었다.

아버지가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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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멋진 파트너를 찾아냈나보구나. 조금, 안심했다”

“응. 이것만으로도 언데드가 된 보람이 있었어”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라, 리엘. ……아아, 지금은 엔드였던가”

진심으로 기가 막히다는 듯이 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이었다.

이득이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섬멸당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인간이었다면 센리의

피를 마실 수 없었고, 그녀 정도의 여자친구를 얻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 때는 이렇게까지 센리가 내 아군이 되어 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멸해질 위험을

무릅쓰고 에페와 교섭한 보람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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