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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상이었다.
난 그 순간 처음으로――인간의 기분을 알게 된 것이다.
너무나 예상외의 사실에 어안이 벙벙한 나에게, 마도사(로드) 호로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프레시 맨, 나의 하인이여. 저승에서 온 귀환자, 이름도 없는 네놈에게 이름을 주지”
――이름도 없는 네놈.
아니다. 나에게는 이미 이름이 있었다. 태어날 때 부모가 붙여준 이름. 요즘은 거의 불릴 일이 없었던 이름이.
하지만, 그것을 입에 담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말을 멈춘다.
직감이 있었다. 지금 그것을 말하지 말라는 직감이.
어쩌면 그것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소극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생긴 나쁜 버릇이었을지도 모른다. 침묵을 지키는 나에게, 지배자가 이름을 준다.
“네놈의 이름은 엔드. 끝내는 자의 엔드다. 나의 사령 마술(네크로맨시)가 네놈에게 임시의 삶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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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의 삶.
네크로맨시.
제대로 학교에 다닌 적도 없는, 상식에 어두운 나도 알고 있다. 죽은 자를 조종하는, 끔찍한 어둠의 마술사.
말이 쓰윽 머리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이해했다. 모든 것을 이해했다. 기억과 바로 지금 들은 말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의 사악한 마도의 힘에 의해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단 걸.
제1장
어두운 궁전의 죽은 자의 왕 제1장 제1화 : 살아있는 죽은 자
2019. 8. 4. 16:00
“엔드, 따라와라”
로드가 짧게 명령하고, 연구실 같은 방을 나온다. 나는 잠자코 그 뒤를 따라갔다.
몸이 움직인다. 손이, 발이, 생각대로 움직인다. 제대로 걷는 것은 과연 몇년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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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몸이라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어딘가 현실감이 없다……마치 꿈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다.
방을 나왔을 때, 갑자기 로드가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본다.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마치 모든 것을 간파하는 듯이 나를 본다.
“흠……말은――통하는 것 같군. 언어에 의한 명령이 통하지 않아서는 이야기도 안 되지”
“……”
언어에 의한 명령이……통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직후, 나의 육체가 나의 생각보다 로드의 말을 우선으로 움직인 것을 떠올린다.
그런――위험하다. 거역할 여지가 없었다. 상황을 모르는 나도 한순간에 이해할 수 있는, 치명적인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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