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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무렇게나 날려버리고 있는데, 놓칠 기미도 없어. 혹시 냄새로 장소를 알아차리고 있는 걸까?
도망치지 않으면. 어떻게든 도망쳐서…… 태세를 재정비하는 거다――.
위에서 내려오는 앞발. 떨어지는 어둠색의 거대한 몸. 나는 순식간에 각오를 다지고, 옆이 아닌 앞으로 깊숙이 발을 디뎠다.
천장이 떨어진다. 시야가 검게 닫힌다. 몸을 낮추고, 필사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뒤에서 들려온 파괴음에 오싹해진다.
어떻게든 납작해지지 않고, 앨버트스 밑을 빠져 나간다.
한순간만 시간을 벌었다. 앨버트스가 뒤돌아보기 전에, 발소리를 죽이고 원래 왔던 길을 돌아간다.
다리의 속도는 저쪽이 위다. 그냥 도망쳐도 간단하게 따라잡힌다.
하지만, 앨버트스는 나를 실컷 상처입혔다. 배를 몇 번이나 베어갈기고, 내 피는 여기저기 낭자해 있다.
냄새로 쫓고 있다면, 숨어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잔해더미도 많아서, 숨을 장소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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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집 돌아오는 게 고작이었다. 내 예민한 청각은 앨버트스가 막무가내로 가옥을 파괴하면서 반전하는 소리를 정확히 들었다.
특히, 나의 피가 낭자하고, 파괴의 흔적과 합쳐져 마치 처참한 살해 현장처럼 되어 있는 방을 찾아낸다. 심한 모습이지만, 여기라면 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톱을 늘리고, 팔을 베어내 피를 흩뿌린다. 앨버트스를 따돌릴 수 있다면, 이제 와서 약간의 피를 잃는 것 정도는 싼 것이다.
방에 신선한 피를 뿌리고, 나는 숨을 죽이고 핏자국 근처, 크게 파괴되어 넘어진 테이블의 그늘에 몸을 뉘여 숨겼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앨버트스의 발소리가 다가온다. 역시 몸이 너무 커서 실내에서 발소리를 내지 않고 행동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발소리는 방금 전까지의 돌진과 달리 천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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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 생각대로, 그녀가 감지하고 있던 것은 냄새였던 것 같다. 추가하자면, 소리도, 일까.
내가 움직이고 있으면 추격은 쉽지만, 소리를 내지 않고 몸을 숨기면, 어떤 짐승이라도 그렇게 간단히 나를 찾아낼 수는 없다는 건가.
가만히 테이블과 일체화한다는 생각으로,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기다린다. 잔해를 짓밟으면서, 큰 기척이 다가온다. 그리고 내가 숨어있는 방안에서 멈췄다.
짐승의 숨결. 냄새를 맡는 소리. 잔해가 근처로 굴러, 가뜩이나 미약한 심장의 고동이 완전히 멈출 것 같다.
통증은 없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피가……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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