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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연맹 함대는 소멸해버렸다.

연맹 함대의 후방에 전개하고 있던 연맹의 보급 함대는 철수를 시작했다.

입방체에 가까운 형태를 한 보급함에는 그럴듯한 무장도, 공격을 막을 장갑판도 없었다.

그들은 그 거체를 필사적으로 선회시키며 엔진을 최대 출력으로 올려 이동하고 있었다.

소녀가 탄 기함에 철수 중인 보급 함대에서 끊임없이 통신이 들어왔다.

<나는 보급 함대 사령관이다! 우리 함대는 지구군에 항복한다!! 수락해줬으면 좋겠다!! 제발!! 수락해 줘!!>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공격을 멈춰주십시오!!!>

<더 이상 저항하지 않을게!! 그러니 제발! 제발!>

<우리는 비무장이야!! 제발 용서해줘!! 이제 그마아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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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신이시여! 살려주세요!!!!」

「엄마! 엄마! 엄마!!!!」

「이런 일이 되다니! 어째서! 어째서! 난 여기에 와버린 거야!」

「빨리 출력을 올려! 전속력으로 도망치라고오오」

<연맹 조약에 따라!! 포로로서의 대우를!!>

<아앗! 저는 노예라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목숨만은!! 목숨 만으으으으은!!>

·····그런 통신 및 대화를 소녀는 듣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목숨 구걸을 하는 소리를, 소녀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듣고 있었다.

상처는 이미 막히었고, 구멍이 난 소매에서는 소녀의 희맑은 피부가 보였다.

조금 전까지 미친 것처럼 춤추던 소녀에 의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피로 된 수면도, 지금은 붉은 거울처럼 조용하다.

때때로, 퐁당 소리를 내며 천장에서 피가 똑똑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진 피는 수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혈액의 파문은 벽에 부딪칠 때마다 반사를 계속하고, 그렇게 얼마 지나자 수면은 또다시 거울처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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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붉은 거울의 중심에 축 늘어진 채로 탈진한 상태로, 붉게 물든 소녀는 유령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황홀』 『쾌락』 『절정』···.

그런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한 소녀는, 필사적으로 철수하려는 보급 함대를 진홍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으로 살며시 가리키며 속삭이듯이 명령을 내렸다.

「전력으로…. 그들에게…. 공격을…., 개시해….」

「그들을····· 한 명도 빠짐 없이…. 섬멸하여라….」

소녀의 잡음 섞인 말에 따라 인공 지능은 최적의 진형을 만들어내고,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보급 함대에 부딪쳤다.

비무장에 가까운 보급 함대에게 저항할 힘 같은 건 없었다.

차례로 침몰하는 보급함을 보면서, 죽어가는 군인들의 마음을 느끼면서, 소녀는 붉게 물든 얼굴을 천천히 왜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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