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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땅이 보글보글거리며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그 부풀어오른 땅에서 돼지족의 신장보다도 큰 『흙의 손』이 나타났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주위의 나무들도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돼지족 전사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를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전사들은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고는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강한 전사가 뭔가를 느끼고 『흙으로 만든 거대한 손』에 곤봉을 들고서 덤벼들었다.

「부히이이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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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외침과 함께 그 커다란 곤봉을 『흙의 손』에다 두들겨박았다.

곤봉은 거대한 손에 파고들었고, 흙으로 만든 새끼손가락 부분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져나가버렸다.

가장 강한 전사는 그렇게 떨어져나가는 새끼 손가락을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허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거대한 손이 남은 4개의 손가락을 솜씨 좋게 잘 다루어서, 자신을 때린 전사를 잡아챈 것이다.

잡힌 전사는 손안에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주위의 다른 전사들도 공격을 시작해서 붙잡힌 전사를 도우려고 곤봉을 들고 흙의 손에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 행위에 의미는 없었다.

잡힌 전사는 그대로 찌부러져서 근처에 피를 뿌리며 절명한 것이다.

거대한 흙의 손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 손바닥 안쪽은 압살당한 전사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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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었다.

나무들은 크게 휘면서 돼지족 전사의 머리를 큰 줄기로 후려쳐, 그 머리를 박살내 날려버렸다.

곳곳에서는 땅이 솟구쳐 오르더니 거대한 손이 차례로 나타나 전사들을 붙잡고는 콰드득, 콰드득, 소리를 내며 뭉개버리기 시작했다,

겁을 먹고 도망치려 한 전사도, 의사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는 잔디가 다리를 붙잡는 바람에 더는 걸을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런 일방적인 싸움…이라기보다는 『학살』이 시작되고, 돼지족 전사들이 몰살당할 때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숲에 대량의 시체가 굴러다니게 된 뒤, 더는 싸울 상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자 거대한 손은 땅으로 돌아갔고, 나무는 움직이는 것을 그만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숲은 다시금 고요해졌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끄러운 귀가 긴 종족의 마을을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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