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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대부분의 방은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언데드는 방을 쓰지 않는다. 단 둘이서 살기에는 이 저택은 너무 넓은 것이다. 이층 저택은 아니지만, 밖에서 확인한 바로는 이 저택은 나름 규모가 있었다.
대부분의 방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가구는 갖추어져 있지만 생활감이 없고, 시험 삼아 선반 서랍을 열어봐도
속은 텅 비었다. 청소도 안 하고 있는 듯,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훑어보면 희미하게 먼지가 묻어 나온다.
아무래도, 그 사용인은 방 청소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뭐, 단 혼자서 이 넓은 저택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사용하는 방의 청소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 초조감을 억누르면서 탐색을 계속한다.
지하실을 사이에 두고 로드의 연구실에서 멀어지듯 나아가고 있다. 그가 이런 저택의 끝까지 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어쩌면, 서고나 서재 같은 물건이 있다고 치고, 로드의 연구실 근처에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멈춰선다. 내가 로드의 입장이라면, 사용하기 편하게 자신의 방 근처에 서고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연구실의 근처를 걸으면 로드에게 들킬 가능성이 있다.
로드의 연구실에 침대는 없다. 아무리 사악한 마도사라도 잠잘 때 바닥에서 잠을 자지는 않을 것이다. 방을 이동할 것이다.
우연히 마주치면 그 시점에서 끝이다. 실수는 죽음이나 자유의 소실을 의미한다. 리스크를 지는 것은……마지막에 하면 된다.
그리고 걷기를 몇 분, 불안과는 달리, 나는 그 복도 끝에서 간단하게 책장이 늘어서 있는 방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본 방보다 두 배는 더 큰 방에는 거대한 책장이 늘어서 있고, 케케묵은 종이 냄새가 가득하다.
방 안은 조용해서 아무도 없었다. 책장에는 두꺼운 책들이 빼곡히 차 있고, 그래도 공간이 부족해 여기저기 책의 산이 만들어져 있다.
책장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훑으면, 여태까지 봤던 방과 달리 먼지는 쌓이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사용인이 청소를 하러 오는 것이다.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생전부터 책은 좋아한다. 죽기 직전엔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지만, 오랫동안 책은 나의 유일한 친구였다.
약간 들뜨면서 책장의 표지를 대충 확인한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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