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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의 앞을 걷고 있을 때와 달리, 혼자인 나는 전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로드의 백업도 없지만, 이미 이 숲 속에 나의 적은 없다.

오른손 손가락에서 뚜두둑 소리가 난다. 손가락끝이 열을 발한다. 다섯 손가락의 손톱이 칼처럼 융기하여 뾰족해졌다.

구울의 능력 중 하나다.

열을 띠고 솟은 손톱을 왼손으로 가리고, 어둠 속을 질주한다. 짐승의 냄새. 바람 냄새. 뇌리를 태우는 강한 기아감이 감각을 벼려내고 있다.

금방 대상은 발견했다. 수목 사이, 키가 큰 풀에서 비어져 나오는 검은 덩어리.

신장은 2미터 안팎인가. 아마도 사족보행이니 두 다리로 일어선다면 우뚝 솟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러나, 자신보다

두 배나 세 배나 거대한 그 그림자가 지금의 나에게는 먹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몸을 낮추고, 냅다 달린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에 대한 환희의 감정이 식욕을 갈구하는 뇌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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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덤불을 흔든다. 삐걱거리는 듯한 벌레 울음소리를 무시한다.

대상이 나의 접근을 눈치챘는지, 이쪽으로 돌려고 있지만, 수목이 우거진 숲 속에서 그 거구로는 갑작스런 방향 전환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온몸의 탄력을 이용해서 크게 몸을 공중에 던졌다.

머리가 아래로, 다리가 위로. 세계가 빙글빙글 회전한다. 바로 아래, 검은 그림자가 돌아본다.

칠흑의 모피. 피와 같이 붉은 눈에, 조금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발달된 강인하고 유연한 근육.

곰형의 마수. 로드가 부르길 나이트 베어. 그것은 나이트 울프보다 강인하고, 초전과 달리 새끼도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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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지나가며 크게 팔을 뻗어, 손톱을 움직인다. 몇 센치 길어진 손톱 끝이 모피에 덮인 그 두개골을 살짝 상처입힌다.

강인한 모피에 뇌를 지켜주는 튼튼한 두개골이 살짝 깎여, 선혈이 튄다. 마수가 포효한다. 나는 착지와 동시에 몸을 접고, 거구의 품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는 이미――움직이기만 하는 시체가 아니다.

그 순간, 나는 나이트·베어를 웃도는 짐승이었다.그것도 지혜로운 짐승――악마다.

강한 짐승의 냄새와 이에 촉발되어 타오르는 식욕. 관수로 그 심장부를 전력으로 찌른다. 모피의 갑옷을,

근육의 갑옷을 뼈를, 시귀의 근력과 날카로운 손톱은 손쉽게 뚫었다.

거구가 움찔 경련하고 포효가 순식간에 멈춘다. 남은 것은 허무하게 느껴지는 조용한 숲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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