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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된다. 그건, 말도 안돼, 센리. 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나오려는 말을 삼킨다.
에페는, 멸각의 에페는, 완전무결한 종언 기사다.
그 남자는 센리처럼 무르지 않고, 수많은 비극을 딛고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 왔다.
나보다 센리가 에페를 더 잘 알고 있겠지.
그 남자는 완전한 인간의 아군이다. 그리고, 내가 인간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그에게 손을 늦출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에페만이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센리가 생각하는 만큼, 나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기억을, 감성을 가진 나는――가끔 충동을 억누르고, 이성에 따라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나는, 어쩌면 보통 언데드보다도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다.
에페는 센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센리를 적으로 돌려서라도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종언 기사로서 옳은 것이다.
그녀가 에페 쪽으로 기운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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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총명한 그녀라면, 에페가 나를 봐줄 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호로스가 남긴 책에 써있었는데, 피를 빨리는 건, 기분 좋다던데……정말이야?”
“…………”
“적어도, 아프지 않으면 좋겠는데, 손가락에서 피를 빨리는 건 어땠어? 그것도 기분 좋아?”
센리는 잠시 침묵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없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관념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은”
§
이윽고, 아래에 길이 보인다. 정비된 것이 아닌, 바퀴 자국이 만든 길이다.
따라가면 마을이나 도시에 도착할 것이다. 방향만은 주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해서 엔게이로 갈 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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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업혀 있는데 익숙해진 센리가 말한다.
“엔드, 봐……”
“……불이다”
아득히 멀리,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불빛이 보였다. 모닥불이다. 눈을 집중시키면 근처에 마차가 몇 대나 멈춰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인일까? 역시 마을은 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쪽은 야간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상한 이인조다. 상인들과 합류할 수는 없고, 우리도
날이 밝기 전에 물이 있는 곳을 찾을 필요는 있지만, 그 전에 신경 쓰이는 게 있다.
상인에게서 백미터쯤 떨어진 곳에, 검은 짐승의 무리가 모여있었다. 표범과 닮은 짐승의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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