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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몇 번이나 루우의 몸을 걷어차고, 그 목을 잡아올려 꼼짝도 하지 않는 내게로 다가왔다.

입 안도 찢어졌는지, 루우의 검붉은 입술에서 작은 피의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 물방울에서 순간 좋은 향이 나고

표정이 무너질 뻔해서, 황급히 무표정을 관철한다. 다행스럽게도 로드는 노예를 징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서 들키지는 않았다.

“어이, 쓰레기. 엔드의――뭐가 변했다고? 다시 한 번 말해봐라”

“아……으……”

로드의 시선이, 그리고 루우의 공허한 시선이 내 상처에 쏠린다. 거기에는 로드가 상처를 입혔던 그때와 전혀

다름없는 상처가 있었다. 정확히는 좀 달라졌겠지만, 로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보지 않는다.

“엔드. 팔을 들어라. 나와 이 녀석이 그 상처를――잘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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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명령에 따라 팔을 들었다. 상처의 몇 개의 촛불만 켜져 있는 어스레한 어둠 아래 드러난다.

구울이라면 나았을 상처는 아직 뚜렷하게 남아 있다.

“어이, 루우. 다시 한 번 묻겠다. 이 녀석의 상처가――뭐라고?”

“으윽……주인님……이놈이――스스로――”

공포인지 아니면 실컷 괴롭힘 당한 탓인지, 발음이 부정확한 말. 로드가 과장된 동작으로 나를 본다.

“엔드, 자. 이 녀석은 네가……스스로 상처를 도려냈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큭큭큭, 그런――진실인가?”

예스. 답은 예스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명령은 정확하게 해야만 한다. 대답해주길 바란다면――『대답해라』라고 명령할 필요가 있었다. 그게 없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

그것은 지혜를 갖고 있기에 허용된 절대 지배를 빠져나갈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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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몇 초 내 쪽을 보고 있었지만, 자신의 안에서 이미 결론이 나와 있었을 것이다. 곧바로 그 시선을 루우에게로 되돌렸다.

루우가 어깨를 들썩인다. 새파란 표정으로 침을 튀기며 반박한다.

“주, 주인님――이건――거짓말을――”

“큭큭큭. 루우, 노예인 네놈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언데드는 만들어낸 술자에게 절대 복종한다!!”

로드가 크게 웃으며, 잡고 있던 루우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그것을 팔을 든 채로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내리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충실한 프레시 맨에게 그것은 당연하다.

“으응? 이상을 보고하면, 대우가 좋아진다고 생각했나? 너처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쓸모없는 뇌로, 나를 속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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