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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루우는 혼자라도 가버리니까. 나도 남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남편으로서.”
이런 상황에서까지 연기를 계속하는 엔드의 근성에 조금 감탄한다.
애초에, 말 그대로 죽어도 죽고 싶지 않았던 엔드가, 컨디션 불량으로 여기까지 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이번 일은 시작은 엔드 때문이었지만, 지금 여기에 온 것은 센리의 고집이다. 그리고 자신이 움직이면 엔드도 따라오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약간――아니, 매우, 미안하다.
“사랑이야. 내가 루우를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배가 아픈 데도 따라온 거야. 정말 좋아하니까.”
“아, 아아, 알았어. 이제 충분히 알겠어, 배런. 하지만, 그런 상태로 싸울 수 있어?”
엔드가 힐끗힐끗 센리 쪽을 보면서 부끄러운 말을 내뱉고 있다. 이전부터 희미하게 눈치채고 있었지만, 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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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직설적으로 말하는 타입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할까, 라자르 일행에게 어떻게 생각되어도 신경쓰지 않는 걸까.
하지만, 발언 내용은 둘째하고――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성의 분위기를
보면 거의 틀림없다지만,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는다.
엔드가 핏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역설하고 있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그 몸의 움직임이 가끔씩 굳어져 멈추는 것이 보인다. 역시 아픈 것이리라.
“물론이지! 하지만, 라자르네는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가야 돼. 죽으면 정말 좋아하는 루우가 슬퍼할거야!”
엔드는 강하지만, 이번만큼은 의지할 수 없다. 센리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엔드를 작은 소리로 나무랐다.
“바론, 조용히 좀 해. 정말 좋아하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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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분위기는 명백히 이전과 달랐다. 원래 그다지 밝은 곳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하자면――내가 건강해질 것 같
은, 매우 음울한 공기에 싸여 있다. 복통이 없었다면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경계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위 흡혈귀의 본능은 이미 전투모드에 들어갔다.
앞장서서 가는 센리. 그 뒤를 따르는 라자르 일행, 용병 그룹과――나.
이번 싸움에서 라자르 일행은 아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들은 벽이다.
나와 센리를 함정으로부터 지키는 벽. 센리가 슬퍼할 테고 원한도 없어서 되도록이면 죽지 않도록 움직이고
싶지만, 나와 센리의 목숨과는 바꿀 수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만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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