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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각오가 설 때까지 타이르며 미루어 왔다. 고통에 휩쓸려 달아나기 위해 변이하는 건 너무 꼴불견이다.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변이였더라도, 그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단순한 오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기로 살아왔다.

괜찮아, 아직 싸울 수 있어. 일어설 수 있다. 정신을 곤두세우고, 고통을 받아들인다.

이 몸은 죽지는 않는다. 머리만 남더라도, 태양에 타버려도 살아남았다. 흡혈귀가 피를 빨아먹어 배탈이 났다니 우스갯소리도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웅크렸던 몸을 폈다. 일어서려고 옷장 내벽에 올려둔 손가락이 박혀 들어간다. 내장을 휘젓는

듯한 고통에 숨이 막히지만, 애초에 나에게 호흡 따위는 필요 없다.

“세이블 녀석, 별 거, 없네. 잠깐, 내장이 전부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약간, 그런 기분일 뿐이야.”

그래. 딱히 내장 같은 건 필요없어. 그게 없어도 난 살 수 있어. 하지만, 저주가 괴롭히고 있는 것은 육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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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을 비워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센리를 더 이상 혼자 행동하게 할 수는 없다.

센리는 똑똑하고 강하고 아름답고 상냥하고 피도 맛있어서 완전무결하지만, 내가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알면 난폭한

용병들이 센리에게 손을 대려고 할지도 모른다. 센리에게 손을 대도 되는 건 나뿐이다.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자신의 사기를 억지로 높인다. 나에게 타이른다.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별거 아니야. 조금 죽을 것 같을 뿐. 조금 죽을 것 같을 뿐이야. 그리고 생각해보면, 난 이미 죽었잖아, 랄까나.”

“…………엔드. 꽤나 여유로워 보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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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옷장 틈으로 센리의 은빛 눈동자가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낮이었을 텐데,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내 시간이다.

슬슬 발을 움직여서, 문을 밀고 옷장에서 나온다. 고통 때문에 표정은 딱딱하지만, 손발은 떨리지 않는다.

아직 제대로 싸우기는 힘들고, 고통에 익숙해진 것도 아니지만――움직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냥한 센리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앞으로 나와 내 어깨를 잡아준다. 백은의 머리. 하얀 피부에서

나는 달콤한 피냄새가 나에게 고통을 조금 잊게 해준다

“………………정말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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