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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루프리의 눈앞을 은섬이 스쳐 지나갔다.

나타난 것은 작은 그림자였다. 아니――소녀다. 나이는 아직 십대 초반으로 보인다. 검은 드레스에서 뻗어나온 팔다리는 단련된 것 같지만, 절대적으로 가늘다.

하지만, 그 날카로운 검은 두 눈동자는 상처를 입은 짐승을 연상시켰다.

가지고 있는 것은 키와 비슷한 크기의 도끼다. 내리쳐지는 칼날을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회피한다.

체중이 체중이니, 일격은 그렇게 무겁지 않다. 하지만, 기세가 있어서 무방비하게 맞으면 위험할 것이다.

소녀가 몸 전체를 회전시켜 도끼를 휘두른다. 언뜻 보기에 무게에 휘둘리는 것 같지만, 일부러 하고 있는 것 같다.

축복 없는 가냘픈 팔에, 키도 작다. 힘을 담기 위해서는 선택지가 적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칼도 뽑지 않고, 오른발만 한 걸음 뒤로 빼 도끼를 회피한다. 그만큼 두꺼운 칼날이 계단 난간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낸다.

날이 약간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도끼의 칼날은 여러 군데가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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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칼날은 은제인 것 같다. 은이라는 금속은 부드럽다. 합금으로 해도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그만둬, 우리는 이야기하러 온 것뿐이야!”

하지만, 소녀의 눈 속에 끓어오르는 전의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분명히 센리보다 어리지만, 그 전의는 센리보다 훨씬 강하다.

때려눕히는 건 쉽지만, 이런 아마추어를 제압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그때, 소녀가 도끼를 집어던진다. 뒤에 있던 네빌라가 날아오는 도끼를 유유히 한 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소녀는 맨손에도 불구하고 주저없이 덤벼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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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움직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소녀는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은의 뾰족한 송곳니가 빛난다.

그리고 소녀는 루프리의 오른팔을 물었다.

옷 밑에 껴입고 있던 얇은 홑옷과 이빨이 부딪친다. 당연히 이긴 것은 홑옷이었다. 애가 무는 정도로 종언 기사에게 통할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턱을 풀지 않는다. 팔을 흔들어도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진다. 마치 악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외견이 외견인지라 자라라고 해야 하리라.

아무리 역전의 종언 기사라도 인간에게 물린 경험은 없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자, 방 안에서 스톱이 걸렸다. 지옥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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