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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피의 힘도 거의 없다. 배고픔과 고통으로 상하좌우조차 모르겠다. 남은 약간의 힘을 쥐어짜서, 자신의 몸을

태우는 《주염》을 꺼버리고, 몸을 인간으로 되돌린다. 검은 털로 덮인 앞발이 삐걱거리며 줄어든다.

눈앞에 한 아름이나 되는 잔해가 떨어진다. 땅이 흔들려 바닥에 쓰러진다.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도 뚫린 상처는 변함 없었다. 하얀 연기가 오르고 피가 흐르는 그곳을 억누른다. 상처를 도려내고 싶지만, 이제는 《첨조》에 쓸 힘조차 아깝다.

낙하하는 잔해는 평소라면 문제없지만, 지금 짓눌리면 죽을지도 모른다.

델은 기어가서 벽을 등을 대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도와주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여유가 없다. 그리고 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 같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큰 바위가 사이에 떨어진다.

아무래도 탈출할 여유는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운을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몸을 최대한 줄이고 머리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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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마지막으로 센리를 만나고 싶었는데.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흔들림이 가라앉고, 천천히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움직인다. 천장은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다. 완전히 무너진 천장에서 하늘에 반짝이는 이지러진 달이 보인다.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주위에는 정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짓눌리지 않고 끝난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피를 마시고 싶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를 질타하여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흘러내려 눈에 들어간 피를 닦아낸다.

죽을 것 같다. 언데드가 아니었다면 진작 죽었을 것이다.

아직 라이넬군은 그대로 남아 있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델은 어떻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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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울려서 사고가 정리되지 않는다. 우선은――어떻게든 해서 라이넬에게 당한 상처를 도려내야…….

――그 때, 몇 미터 앞에 있던 큰 잔해더미가 갑자기 폭발했다.

돌멩이가 쏟아진다. 아니――폭발이 아니다. 커다란 검은 덩어리가 솟아오르고,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두려, 운……마물, 이여. 설마, 헤브, 람과……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니”

바보같은…… 말도 안 된다.

라이넬은 분명히 중상을 입었다. 금빛이었던 전신 모피는 검게 그을리고, 보이는 범위에서 무사한 부분은 없다.

하지만, 살아있다. 온몸을 태우고 있던 불꽃은 모두 꺼지고, 그 사지로 일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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