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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멈춘 건 정말 한순간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다시 달려가려던 세이블을 은섬이 덮쳤다.

라이넬의 발톱이다. 갈라진 세이블이 작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다. 그러나 상반신과 하반신이 이어져 있지 않았다.

피의 말뚝에 꿰뚫린 라이넬은 그야말로 죽어가는 몸이었다. 그 눈은 흐려지고, 생명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서 있다. 그 눈은 제대로 세이블을 꿰뚫고 있었다.

라이넬의 입에서 핏덩어리가 넘쳐흐르고, 그 거구가 무너져 내린다. 생명의 기운이 사라진다.

훌륭하다. 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정말로 훌륭한 마지막이었다.

“읏……다 죽어가는 게! ……아직이다. 아직이다!”

세이블이 손을 짚고 일어선다. 확실히 분단되었을 몸은 피의 실로, 접착되어 있다. 너무 편리한 능력이다, 나도 갖고 싶다.

라이넬의 일격은 분명히 세이블에게 타격을 입혔지만, 그 힘은 아직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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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흡혈귀의 높은 불사성을 성사시게 여기게 되다니. 힘을 다해 말을 뱉는다.

“『복종하라』”

“윽…………이제, 통하지 않는다. 통하지 않는다고, 엔드 바론. 각오해두면, 별것 아니다”

세이블이 핏기 없는 상태로, 엷은 미소를 띄운다.

제길……내성이 생기는 게 너무 빠르다. 아무래도 세이블은 꽤 뛰어난 실력가인 것 같다. 센리의 이야기로는 흡혈귀는

고통에 약하다고 했지만, 몸이 분단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빈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이블의 눈에 망설임이 지나간다. 나를 데려갈지 그대로 도망칠지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 망설임이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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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하얀 빛이 세이블의 몸을 비스듬히 베어 버린다. 몸이 떨리는 듯한 청정한 빛에, 나는 신기한 안식을 느끼고 있었다.

잔해를 넘어, 성스러운 기사가 다가온다. 낯익은 하얀 여장. 그리운 냄새. 백은의 보검이 달빛을 반사하여 빛나고 있다.

“미안해, 엔드……늦어버렸어”

“아니……괜찮아. 마침, 지금 온, 거, 야”

오랜만에 보는 센리의 모습은 역시 아름다웠다. 조금은 표정에 피로가 보이는 것은 마왕군을

넘어왔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 옷에는 피 한 방울도 묻어 있지 않다.

센리는 쓰러지는 나에게 달려오고, 자신이 방금 베어버린 자를 노려보았다.

만전이다. 아름답고, 무섭다. 델은 강했지만, 눈앞의 소녀는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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