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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 상태다. 그 몸에 간직하고 있던 힘도 흔적도 없다.

하지만, 그 눈은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주염》의 고통은 생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이었을 텐데, 이것이 용의 피인가…….

아니, 이것은, 지금 라이넬이 일어설 수 있는 것은, 분명 용의 피를 이었기 때문에, 가 아니다.

마왕이기 때문이다. 지금 라이넬은 마왕으로서의 긍지만으로 서 있다.

“아직도, 싸울 생각인가……라이넬”

싸울 생각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라이넬의 눈에는 아직도 전의가 있다. 그리고, 두렵다는 둥 말했지만, 두려움도 없다.

이제 여력은 없었다. 일어서는 것조차 귀찮다. 하지만, 양팔을 들어 어떻게든 자세를 취한다.

라이넬의 모피는 그을려 있다. 지금의 나라도 관통할 수 있을까? 어려울까? 라이넬의 움직임은 느리다. 상대도 다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앞발에 장비된 성은의 갈고리 발톱은 건재하다.

승산이――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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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넬의 큰 눈이 갑자기 가늘어진다.

“엔드 바론. 네놈과,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모니카는, 좋은 자를, 데려와, 주었군”

아무래도 나에게 싸울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은 간파당한 것 같다. 하지만, 도망칠만한 힘도 없으니 싸울 수 밖에 없다.

통증을 살육 충동으로 덮어쓴다. 죽인다. 그냥 살해당할 생각은 없다. 죽여버린다. 손끝이 으드득거리고, 다섯 손톱이 몇센티 정도 날카로워진다.

내가 들어갈 여유는 없다. 어떻게든 일격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배에 바람 구멍을 내 버린다. 그것밖에 없다.

그 오른쪽 앞발이 천천히 들어올려진다. 아까와 전혀 달라 보이지 않는 그 위용에, 후회한다. 몸을 되돌리지 말아야 했다.

설령 짐승 상태에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라이넬의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 돌아와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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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빛이 떨어진다. 위압감만으로 무너질 것 같다.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살의를 연료로 해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안돼, 죽는다.

절망이 뇌리를 스쳐간 그 순간, 갑자기 기묘한 소리가 났다.

풍압에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죽지……않았다. 은의 갈고리 발톱은 눈앞에서 수십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있었다. 내려오려던 앞발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방해를……하는, 가……”

라이넬의 기둥 같은 앞발에 검붉은 실이 감겨 있었다. 겹겹이 감겨진 가는 실이 그 호완을 완전히 멈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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