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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구는 형태를 바꾸어, 바늘처럼 날카로워진다. 그 끝이 내 머리로 다가온다.

머릿속에 경종이 울린다. 손이, 팔이, 어깨가 떨린다. 숨이 막힌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유일하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입술을 연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죽은 자여, 엎드려라』”

“읏!?”

세이블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그 피의 바늘이 딱 멈춘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놓은 말은 내가 알고 있는 언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의미를 알 수 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피로가 아니다. 이건 공포다. 하지만, 세이블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지금, 나는――자신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다.

“『나야말로 저승에 거스르는 자, 죽은 자의 왕. 어두운 세상의 지배자. 희열하라. 머리를 숙이고, 나의 종자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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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바보같은…………이것은……사령 마술(네크로맨시). 너, 너는…………”

세이블의 표정에서는 이미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피의 바늘이 녹아내리고. 마치 도망치듯 크게 몇 미터나 후퇴한다. 그렇지 않아도 핏기가 없었던 외모는

더욱 창백해지고, 그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피처럼 붉은 입술만이 인상적이었다.

“마마마, 말도, 안돼. 너는……아니, 당신은――단순한 흡혈귀가 아니야. 『죽은 자의 왕』! 설마, 새로운 흡혈귀(뱀파이어)의 죽은 자의 왕이……’

튕겨졌다. 감각으로 알 수 있다.

『종속』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흡혈귀의 저항에 튕겨졌다. 하지만, 통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저주의 근본에, 그 심장에 닿은 감각이 있었다.

이것은……로드의 힘이다. 호로스 카멘이 오랜 세월을 거쳐 얻은 힘이다.

로드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 안에 확실히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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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내가 며칠씩 들여 배운 생활 마법과는 다르다. 이것이 마도의 힘인가.

저항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해했겠지만, 세이블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동공이 완전히 열려 있다.

눈앞의 여자 흡혈귀는 지금, 살육 충동조차 웃도는 공포에 농락당하고 있다.

“그 힘, 깨어난지 얼마……안 된 건가? 나의, 주인에게……보고를……”

“『다리를 멈춰라』”

“읏!?”

달리려 하는 세이블의 다리가 내 말에 앞으로 고꾸라지듯 멈춘다.

《주언呪言》이라고 부를까. 사령 마술사(네크로맨서)는 죽은 자를 조종한다. 비록 자신이 만들어낸

자가 아니라고 해도, 흡혈귀의 마력이 있으면 이 정도 일을 할 수 있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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