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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매끈한 원통형의 몸. 눈도 코도 없이, 발톱이 난 긴 사지로 이쪽을 향해 온다. 이상한 형태인데 무서운 속도다.

중심이 매우 안정되어 있었다.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인데 이렇게까지 흐트러짐이 없는 것은 자유의지가 없는 스켈레톤이라도 어려울 것이다.

감각기가 없는데도 아무래도 이 물체는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뒤쪽――문 밖에서 센리가 외친다.

“골렘…….”

고통 속에서 기억을 더듬는다.

골렘. 들어본 적이 있다. 고위 마도사가 사역하는 살아있는 인형이다.

이렇게나 다가왔는데도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심장소리도 호흡소리도 그리고 체온조차.

발소리가 유일하게 난다. 아까 울렸던 것은 이녀석의 발소리인가.

오감은 자신이 있었지만, 접근해올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래도……흡혈귀의 기척 감지 능력은 대 생물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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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강한 척을 뇌리에 떠올린 순간, 둔한 충격이 온몸을 지나갔다.

아래를 본다. 직경 몇 센티미터나 되는 굵은 화살이 배에 박혀 있었다. 센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엔드!”

“읏……괜찮, 아, 문제없어. 오지마.”

매서운 바람 부는 소리. 나락의 밑바닥――미궁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아무래도 골렘은 하나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이것이 죽은 자의 성의 방어 시스템인가. 참고하자.

다리를 움직여 날아오는 화살을 몇 개 내리치는데, 그래도 화살 몇 개가 하반신에 꽂힌다. 또 옷이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그러나 철에는 은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둔탁한 충격은 느껴지지만, 통증은 세이블의 저주로 인한 통증으로 지워져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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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을 쓸지 고민되네.”

하지만, 자군 병사에게 은 무기를 들게 하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미묘하다.

교전하고나서 알았다. 이 골렘이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센리――종언 기사다. 언데드 대책을 세운다면 철에 은을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중에서 자세가 무너졌을 때 원거리 공격이라니 싫은 공격만 해댄다.

한번 태세를 재정비하고 싶지만 상당히 떨어지고 말았다. 쏟아지는 무수한 화살 속에서 올라가는 건 어렵다.

꽂힌 화살을 적당히 뽑고, 센리에게 말한다.

“잠깐 아래를 보고 올게.”

벽에 꽂았던 손가락을 빼고 그대로 중력에 몸을 맡긴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화살을 쳐내는 건 어렵지 않다. 최악의 경우 머리만 만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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