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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다. 문 안쪽은 한동안 통로처럼 좁고, 그 앞에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평범한 인간은 사다리 없이는 내려갈 수 없는 높이다.
흡혈귀는 공간 파악 능력도 뛰어나다. 나의 오감이 전해 오는 것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건조물이었다.
입체적인 미로라고 할까. 강렬한 먼지 냄새는 오랫동안 출입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동시에――『소리』도 난다.
“이, 이봐, 뭐가 있는 거야?”
라자르가 조심스레 묻는다. 나는 생각했다.
이건……평범한 용병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강력한 언데드는 심연에 이어지는 미궁을 근거지로 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곳은――언데드의 영역이다.
센리는 축복과 훈련으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능력을 지녔지만, 그래도 사방에서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는 어둠의 미궁에서 계속 싸우는 것은 꽤 어려울 것이다.
눈을 감고 감각의 실을 치고 있던 센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언데드의 기척은……없어.”
과연……역시 전 죽은 자의 왕의 성이다. 종언 기사 대책은 만전인 모양이다. 애초에 교활한 사령 마술사가 언제까지나 선수를 빼앗길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감각은 속일 수 없다. 고통으로 산만해지는 의식을 전력으로 집중시킨다.
“밤의 결정의……기운이 있어.”
지금까지 느낀 어떤 결정보다도 큰 기운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결정의 파편으로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던 부의 아우라가 지금까지 없었던 기세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응……? 빨려들어……간다고?
“설마……힘을……읏.”
모으고 있는 건가?!
그 생각에 이른 순간 유난히 강한 통증이 온몸에 느껴졌다.
웅크린다. 그와 동시에 센리가 숨을 삼킨 느낌이 들었다.
“오지.”
센리가 짧게 소리쳤을 때, 나는 이미 움직였다.
쭉 같이 있었던 나와 센리는 이심전심이다. 뒤에서 들여다보던 라자르를 뒤로 살짝 밀어 문 근처에서 피난시키고, 깊은 문 안쪽으로 몸을 던진다.
“오지마!”
설령 단단한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얼룩이 된다 해도 나는 죽지 않는다. 센리에게 외치며 의식을 집중시킨다.
이내 기척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고속으로 벽을 올라온다.
생물이 아니다. 하지만 언데드도 아니다.
난폭한 발소리. 긴 사지를 이용해 벽을 올라 온 것은 지금까지 내가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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