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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푸념을 센리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꼬리로 목덜미를 간지럽혀봐도 무표정이다.

지금 내 모습은 새하얗다. 게다가 처음 변신했을 때처럼 털도 꼬리도 덥수룩하다. 라이넬과 싸웠을 때 변신한 것처럼 멋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센리와 재회한 후에도 한동안은 검고 날렵한 형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하얗게 되어버린 것이다. 묘하게 상냥한

센리에게 방심한 게 안 좋았던 건가. 센리는 왠지 모르게 기뻐보였지만, 멋있는 형태도 버리기 힘들었던 나로서는 복잡했다.

인기척이 없어지기를 기다리고, 센리의 머리에서 땅으로 뛰어내린다.

의심받을 가능성을 각오하고 밤에 밖으로 나온 것은, 밤이 이동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돌아보려면 아침이 좋다는 것도 있다.

나는 센리를 올려다보고, 피의 힘을 쏟아부었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통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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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견의 모습은 없어졌다. 하지만 하얀 개도 할 수 있다.

센리는 어째선지 볼멘 얼굴이었다. 쭉 위에 있었을 센리의 얼굴은 금방 나와 비슷한 위치로 온다.

나는 한순간에 커다랗고 사랑스러운 덥수룩한 개가 되었다. 아마도 단련된 군마보다 2배는 클 것이다.

덥수룩하고 감촉이 좋은 모피는 당연히 승차감도 좋고, 짐을 묶어도 센리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게다가, 이 모습으로도 내 흡혈귀로서의 능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사족보행에도 익숙해졌고, 피로도 없이 굉장한

속도로 어디까지나 달릴 수 있다. 지금의 나는 탈것으로서 지극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었다. 태양만 극복한다면 이걸로 먹고살 수 있다.

매번 그렇지만, 센리가 조용히 말한다.

“이 크기의 개 마물도 있지만, 바론의 겉모습으로는 엄청나게 위화감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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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쉽게 겉모습을 바꿀 수는 없어. 자, 빨리 타.”

물론, 주염도 사용할 수 있다. 역량 차이를 아는지 마수들도 내게는 다가오지 않는다.

마을 안에서는 센리가 머리에 태워줬으니까, 밖에서는 내가 센리를 태우는 것이다.

센리는 한동안 서 있다가 결심한 듯 등 위로 올라가 끈으로 단단히 내 몸에 짐을 고정한다. 등의 부드러운 감촉에 저도 모르게 꼬리를 흔들어 버린다.

귓가에 센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자, 바론. 방향은 내가 유도할게.”

힘이 넘친다. 그리고, 나는 밤길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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