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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로드는 동료와 싸울 생각이었던 것 같다. 생전엔 그런 기색은 전혀 안 보였지만, 정말로 방심할 수 없는 자다.

한 발 한 발 스켈레톤들이 크게 나를 중심으로 원을 그린다. 그 걸음걸이에는 숙련된 기술이 보였지만, 개체로서의

능력은 로드가 조종하던 잭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종류는 같으니 소재의 질이 다를 것이다.

“지금 건 정당방위야. 대화를 하자.”

몸집이 더 커다란 『블랙 본』에게 말을 건다.

그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미늘창이라 불리는 무기였다. 베어도 되고, 찔러도 되고, 후려쳐도 되는, 길이가 긴 강력한 장비다.

다루는 건 어렵지만, 넓은 장소에서의 근접 전투, 인간끼리의 싸움에서는 비길 데 없는 강함을 자랑한다고 한다.

무겁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이번에는 상대방이 언데드이기 때문에 그런 약점은 없을 것이다. 자루까지 금속인 것 같지만, 가뿐히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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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의 스켈레톤이 뛰어들어온다. 충분한 힘이 실린 칼날이 회오리바람 같은 속도로 내려온다.

강하다. 숙달되어 있다. 나는 그 일격을 뒤로 물러나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도끼를 본뜬 칼날이 땅을 얕게 도려내고, 흙이 비산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달 없는 밤하늘에 울려퍼진다.

일격은 날카롭고 매끄럽다. 적어도, 단순한 병사는 아니야. 인간이었다면 역전의 병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인간이 아니고, 블랙 본도 인간이 아니다.

그 연격은 역전의 강자에게만 허용된 기술이지만, 어차피 괴물끼리의 싸움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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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듯한 맹격을 나는 완전히 눈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중력과 원심력을 활용한 위에서 내려오는 일격을, 억지로 블러드 룰러를 찔러 넣어 막아낸다.

새된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미늘창이 크게 튕겨난다. 인간이었다면 도저히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그 일격은 하위 흡혈귀(레서 뱀파이어)인 나에게는 별것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싸워온 상대는 엄청나게 거대했다. 크기란 강함이다. 칠흑 스켈레톤은 나보다는 크지만 근육이 부족했고, 체중이 너무 가볍다.

튕겨나간 기세 그대로 크게 호를 그리며 덤벼드는 미늘창을 왼손으로 움켜잡아 받아낸다.

온몸에 충격이 전해지고, 발밑이 약간 삐걱거린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것만으로 연격은 멈추어 버렸다.

나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다. 상처 하나 나지 않아, 피의 힘도 거의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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