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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블은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아직 그녀에게 『흡주(커스 스틸)』을 보여주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대책을 세울 수 없다.
거기서, 완전히 상처를 치유한 세이블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밀린 상태에서 물러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안타깝게도, 나는 주인의 명령으로 온 거라서.”
문득 멀리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니다.
이제서야, 주위에 생물의 기척이 여럿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까까지는 분명 없었을 테니, 세이블이 어떤 방법으로 불렀을 것이다.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여러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올려다볼 만한 거구. 발달한 사지.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에 금빛 눈동자.
맡아본 적 있는 냄새――강한 짐승 냄새. 웨어울프다.
수는 열. 검 같은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예리한 손톱은 이미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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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한 살의로 몸이 떨린다. 웨어울프들은 내 모습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과거 모습만 보여도 항복했던 올리버와는 다른 것 같다.
눈살을 찌푸린다. 새로운 삶을 손에 넣은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약자가 떼를 짓거나 격상에 압도당한 적은 있어도, 격상이 떼를 짓는 경험은 처음이다.
경계하는 나에게 세이블이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얌전하게 있어, 엔드. 나쁘게는 하지 않아. 당신은 강해. 당신이 있으면 분명 죽은 자의 나라를 만들수 있어.”
죽은 자의 나라, 라. 도대체 그들이 뭘 원하는지는 모른다. 흥미도 없다.
하지만……역시, 세이블들의 진영은 성미에 맞지 않네.
나는 힘을 조작해, 방패로 바꾸고 있던 왼팔을 되돌렸다. 주염을 끄고, 잡고 있던 블러드 룰러를 땅에 떨어뜨린다.
세이블의 눈이 순간 느슨해진다. 격상의 흡혈귀에게 제공권을 빼앗기고, 주위는 정예의 웨어울프들에게 둘러싸인다. 절체절명이라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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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사양하지 않고 힘을 쏟아붓는다.
“지금까지 싸워온 강적들을 본받으려고 해. 지금의 나는――앨버트스나 라이넬보다도 강해, 분명히.”
왜냐면, 오늘은 보름달이고――나는, 어제 센리에게서 애정 넘치는 피를 막 받았다.
몸이 찢어질 듯한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바깥에서의 힘이 아니다. 안쪽에서의 힘이다.
피부가 찢기고, 안에서 검은 바늘 같은 체모가 튀어나온다. 뼈가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고, 골격이 바뀌고 근육이 팽창한다. 시야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지금이라면 팔을 뻗으면 하늘에 떠 있는 세이블에게 닿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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