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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벽을 오른다. 벽을 뛰어올라 그것을 쫓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자신의, 아직 드물게 남아 있는 단벌옷을 향해 숨을 불었다.
검은 불똥이 옮겨붙어, 순식간에 온몸을 뒤덮는다. 둔한 통증과 열이 온몸을 괴롭힌다.
방심하지는 않는다. 안개를 불로 태울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설령 말뚝의 왕에 대한 선전포고가 된다고 해도,
세이블은 여기서 죽인다. 피의 힘이 아직 남아 있는 지금, 육체가 타버릴 걱정은 없다.
“하하하, 어떻게 하면, 옷이 없어지지 않는지, 가르쳐 달라고!”
“읏…… 제정신인가……?” 『시조(앤세스터)』.”
검은 불꽃을 두른 왼팔을 뻗는다. 불길이 안개에 닿지만 통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안개에는 통하지 않아도, 녀석이 조종하는 피를 증발시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 전법이다. 옷만 없어지지 않는다면 더욱 완벽할텐데.
검은 안개가 하늘로 오른다. 아무리 나라도 하늘까지는 쫓아가지 못한다. 뛰어오를 순 있지만 무모하다.
하늘에서 안개가 모인다. 달을 등에 지고, 너덜너덜한 세이블이 형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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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에게는 박쥐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희미한 기대를 안고서 올려다보는 나에게 세이블이 말했다.
“하아, 하아, 놀라워, 아무래도 당신은――내 예상보다 훨씬, 싸움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네.”
세이블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등에는 두 장의 진홍색 날개가 자라나, 공중에 딱 멈춰 있다.
고생해서 입힌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 간다.
박쥐의 힘의 응용이 아니다. 등에 난 것은 피의 날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피가 자유롭게 움직인다니 마법 그 자체다. 나는 뼈의 형태를 바꾸고 있을
뿐이지만, 세이블의 저주는 완전히 『액체 조작』의 경지에 이르렀다.
날개는 움직이지 않았다. 새처럼 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공중에 고정시켜 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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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놈이야, 내려와! 흡혈귀의 긍지는 없는거냐!”
“아무렇게나 말해라. 나는 이제――방심하지 않는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파랗게 질린 세이블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내가 품고 있던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갖고 싶다. 저 능력을, 갖고 싶다.
『피의 저주(블러드 페인)』이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
하늘을 날아서 도망치는 비겁한 센리를 잡을 수 있고――그 외에도, 쓸모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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