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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든 여자도, 검을 든 남자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나의 적이었다. 뒤에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지팡이를 든 존재감이 없는 남자도 그럴 것이다.

내 목숨은 이 녀석들은――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여기서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은?

센리가 날 도와주러 온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녀가 온다고 해도 그건 내가 죽은 후일 거다.

그리고, 만약 지금 센리가 도와주러 나타난다면, 네빌라는 방해받기 전에 주저 없이 나를 죽인다.

그만한 각오가, 센리가 미움받아도 상관없다는 각오가, 눈앞의 남자에게는 있다.

배고픔은 느껴지지 않지만, 지독히 목이 말랐다.

아까, 검을 든 남자는 나를 하위 흡혈귀(레서 뱀파이어)라고 불렀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피다.

멀다. 너무 멀다. 목을 뻗어도 가장 가까운 네빌라에게 닿을 수 없고, 애초에 정의 힘을 두른 그들에게 이빨이 꽂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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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든 남기사가 내 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 차양 외투를 벗겨낸다. 목에 걸린 그림자의 아뮬렛을 발견하고 쇠사슬을 잡아당겨 들어 올리고 크게 혀를 찬다.

“이것이……부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인가”

“호로스 카멘의 비장품인가……제길. 이것만 없었으면, 도시에서 너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없었더라면, 로드는 나를 도시로 보내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방은 이미 로드를 먹는 동안 어딘가에 잃어버렸다. 소지품을 검사하고, 네빌라는 난폭하게 나를 땅에 내팽개쳤다.

어쩌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 순간 품을 뻔한 있을 수 없는 희망을, 종언 기사는 산산이 부서트린다.

“그럼, 남은 임무는 하나뿐이다. 네놈을 죽이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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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 처량하게 엎드려, 아픔을 참으며 몸을 웅크리는 나에게, 네빌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메이스가 나를 노리고 있다. 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지근거리까지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네빌라가 말했다.

“사죄해라. 편하게 죽여주마”

이것이――종언을 부르는 자. 사신인가. 옛날이야기에서 나온 자들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훨씬 더 현실적이다.

그들은 적이다. 인류의 적의 적. 나는, 인류의 적이다.

분명, 그들에게도 가족은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보기엔, 그들은 매우 상냥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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