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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멸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락이 메워진다. 제로로 돌아간다. 무로 돌아간다.

내 안에서, 어둠과 빛이 싸우고 있다.

그저, 오로지 고통을 견뎌낸다. 조금씩 무덤을 비추는 빛이 강해진다.

문득 뇌리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로드는 한 시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시간은 이미 옛날에 지나 있었다.

그러면, 몇 시간이지? 몇시간 견딜 수 있지? 몇시간……견뎌내고 마는 거지?

그리고――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

어째서 네빌라가, 종언 기사단이, 이걸 언데드가 가장 괴로워하는 죽는 방법이라고 했는지,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나를 방치한 것은 방심이 아니었다. 이건, 고문이다.

덮치는 아픔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태양에 의한 제재. 죽음의 발소리마저 느껴진다. 죽음과 거리가 먼 언데드일수록,

이 형을 견뎌낼 수 없다. 적이 눈앞에 없기 때문에, 마지막 희망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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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이전에, 마음이 죽는다.

목이 바싹 마른다. 타오르는 통증에, 눈물이 흐른다. 필사적으로 숨을 쉬고, 의식을 유지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끝이다. 기병에 걸리고도 몇년이나 살아온 나니까 알고 있다.

생전에, 쇠약하고 아픔을 참고, 삶에 매달리는 나를, 의사는 기적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있었던 연민은 어느샌가, 기막힘에 이르렀다.

의사도 가족도 마술사도 모두 내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결국에는 죽었지만, 나는 끝까지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꺾일 것 같은 마음을 질타하고, 다시 기합을 넣는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한 번 죽었다. 죽고, 기적적으로 기억을 가진 채 되살아났다.

이 정도로, 고통이나 절망 정도로, 포기할까 보냐.

안구만 움직여 위를 보고, 얄미운 태양을 필사적으로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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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은 자이다. 호로스 카멘에게 촉망받은, 죽은 자의 왕의 그릇이다. 이 정도로, 멸하지는 않는다.

절규는 지를지 않는다. 소리를 내면 통증은 속일 수 있지만, 체력을 소모한다. 그것은, 생전의 내가 짜낸 기술이었다.

그저, 조용히, 사고를 태우고, 의식에 어둠의 장막을 내리려고 하는 통증에 저항한다.

승산은 없다. 방책도 없다.

바라는 것은――두번째 기적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태양은 조금씩 오르고, 나를 비추는 빛도 조금씩 강해진다. 그것을 확실히 눈동자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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