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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리는 상냥하고, 섬세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질질 끌만한 성격도 아니다.
그 제자는 너무 상냥했을 뿐이다. 종언 기사에서 오래 싸워나간다면, 갈등을 안을 수도 있다. 이 타이밍에 전생의
기억을 가진 자와의 조우는 일종의 시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엔드를, 그 기구한 상황에 있는 흡혈귀를 생각한다.
한 번 죽어서 언데드로 부활하는 건 너무나 불쌍한 얘기다. 그저 살아남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오염되어 있다.
육체는 영혼에 이끌린다. 엔드는 센리를 설득할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너무 물정을 모른다.
확실히, 엔드는 꽤 강력한 흡혈귀다. 힘이 아니라, 그 정신이.
하위 흡혈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식이, 감성이 짙게 남아있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처음의 흡혈충동으로 피를
빨아 죽이는 것을 자제했다(라고 하지만, 빨아 죽이려고 했다면 엔드는 죽었겠지만)고 들었을 때는 역시 에페도 놀랐다. 하지만――.
에페는 두 손을 모은 뒤, 다소 자조하는 기색의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엔드 군, 흡혈귀(뱀파이어)의 흡혈충동은 그렇게 쉽게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는 곧 센리가 쓰러트려알 할
악마로 영락한다. 너는 이미――괴물이다”
호흡이 자연스레 거칠어진다. 한 걸음, 손을 뻗어 몸을 내밀면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센리의 목이 있다.
어째서일까, 내 눈에는 그 백자 같은 피부 밑으로 흐르는 달콤하고 뜨거운 피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귀를 기울이면
심장의, 센리의 체내의 피가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머리가 확 뜨거워진다.
센리는 언제나 두르고 있는 축복을 풀고 있었다. 이제 나를 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면에 힘을 주어 넘어뜨리고, 그 목덜미에 이를 꽂아놓고, 발버둥 치는 손발을 억누르고, 뜨거운 피를 빨아먹는 것이다.
흡혈귀로서의 본능이 그렇게 나에게 속삭이고 있다. 그것은, 심히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손끝이, 육체가, 센리의 달콤한 유혹에 떨린다. 심장이 강하게 떨리고, 강한 통증을 발하고 있다.
나는 금방이라도 뻗을 것 같은 손을, 움직일 것 같은 몸을 전력으로 억눌렀다.
센리의 드러난 목덜미를 시선을 향하면서,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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