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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종언 기사가 모두 모여 있었다.

나를 고문에 처한 메이스를 든 기사 네빌라가, 악연한 표정으로 한 발짝 물러선다. 나를 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너, 너, 는――!”

“어째서!”

완전히 예상 밖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종언 기사의 반응은 남달랐다.

금발의 여기사――활을 잘 쓰는 테르마가, 기대어 세워 놓은 은의 활을 잡고, 찰나의 순간에 겨냥해서 은화살을 사출한다.

거의 동시에 네빌라가 메이스를 휘두른다.

하지만, 나는 침착했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면, 겁쟁이인 내가 적의 본거지에 올 리가 없다.

고속으로 향해오는 메이스가, 머리를 노리는 화살이, 하위 흡혈귀가 되어 인간을 벗어난 동체시력을 얻은 나에겐 똑똑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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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3급 기사들의 신체 능력은 웬만한 용병보다 훨씬 높고, 기술도 다듬어져 있지만, 결국은 인간이다. 정의 에너지로 신체

능력을 강화해서 인간을 벗어난 능력은 갖고 있지만, 진정한 괴물로써 만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나 정도는 아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왼손 손바닥으로 휘둘러진 메이스를 기세가 붙기 전에 막아낸다. 오른손으로 미간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잡는다.

손에 통증이 느껴진다. 하지만, 태양형이 집행될 때 느껴진 정도는 아니다.

흡혈귀(뱀파이어)의 흡혈 행위는――단순한 에너지 보급이 아니다.

화살을 내던진다. 메이스를 움켜쥐고, 네빌라의 손에서 힘으로 빼앗는다. 양손에서 올라오던 하얀 연기는, 금세 재생되어 사라졌다.

“지금의 내 목부터 아래, 대부분은――센리의 피로 만들어진 거야. 너희들이 목부터 아래를 정화해준 덕분에, 말이지”

아연실색하는 종언 기사들. 유일하게 침착한 것은, 태양의 남자――센리의 스승인 멸각의 에페뿐이다.

강하다. 다시 봐도 압도적이다. 에페가 가진 에너지는, 종언 기사로서 특출난 축복의 재능을 지닌 센리 실비스마저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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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각의 에페의 이름은 생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1급 기사 중에서도 꽤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흡혈귀의 왕의 성에 혼자서 쳐들어가, 수천의 언데드군을 단 일격에 『멸각』했다는 일화는 인기있는 희곡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영웅이다.

설마, 태양의 남자가 내가 광팬이었던 멸각의 에페라고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 과연, 그렇다면 그 가까이만

가도 소멸될 것 같은 방대한 에너지도 납득이 간다.

내 방문을 받고도 아직 앉은 채 있는 것은, 나 정도를 소멸시키는데 설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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