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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은 나의 얼마 안되는 감시에서 벗어날 때다. 종언 기사들이 눈을 번득이고 있으니, 내게 사역마의 감시를 붙일 수는 없다.
작게 몸을 움츠리는 루우를 몸으로 덮어 숨기고, 그 검은 눈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그 물건은 손에 넣었어?”
“으, 응. 그, 그래도, 이런 걸, 어디에――”
“역시 루우야. 고마워, 정말로”
나에겐 시간이 없다. 로드는 날이 갈수록 연구실에 틀어박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아마도 무슨 의식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거겠지. 내가 얼굴을 맞대는 것은, 나를 사냥에 보내기 위한 명령을 하는, 그 한순간뿐이다.
로드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떠올라 있었지만, 그 눈은 반짝반짝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뭔가, 새로운 금기에 접하려고 하고 있다. 용서받지 못할 존재가 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꺼림칙한 이야기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로드에게도, 종언 기사에게도 당해낼 수 없다. 먼저 당한다면 승산은 한없이 낮다.
두려움과 의문을 표정에 떠올리며, 루우가 품속에서 내가 의뢰한 물건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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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낚아채듯이 받고, 확인하고, 나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로드에게 의뢰해도 손에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불필요한 경계를 낳는다. 비밀리에 원했던 것이다.
루우에게 있어서는 대수롭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살아남기 위한 열쇠다.
루우의 육체에 통증이 느껴지는 모습은 없다. 노예의 명령 위반을 판단하는 것은 루우 자신이다.
그것은, 그녀가 나에 대한 협력을 로드에 대한 간접적인 공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우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확인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다.
“그, 그래서……그 이야기는――”
“아아, 물론이야. 그 점에 대해서는 믿어달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약속은 지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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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뢰하지 않을 내 말에, 루우는 노골적으로 숨을 내쉰다.
표정이 풀리고, 어깨 힘이 조금 빠진 것 같다.
나도 약하지만, 루우는 더 약하다. 그녀는 싸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전의 나,
죽을 때까지 죽음에 저항했던 나와의 차이이기도 하다.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불쌍한 인간이다.
하지만, 놀고 있을 시간은 없다. 준비가 필요하다.
“루우, 바로 돌아가자. 난 좀 할 일이 있으니까, 출구에서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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