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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는 피를 빨면 빨수록 강해진다. 엔드, 그 여자는 최고급의 피다. 모든 피를 다 마실 수 있다면, 네놈은

하위 흡혈귀로서――한없이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 도망을 치든, 싸우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

『그 후엔 어딘가에 몸에 숨기고, 우연히 가까이 지나가던 운이 나쁜 자의 피를 빨아마시면 된다. 네놈의 적은,

네놈을 죽일 수 있는 적은…… 얼마 없는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유용한 선택이다.

과연 센리가 피를 전부 빨아먹는 나의 폭거를 허용할까 라는 의문이 있지만, 방법에 따라서는 잘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단순한 흡혈귀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단순한 흡혈귀는 언젠가는 확실히 멸해질 운명에 있다.

이 적 투성이인 몸으로 살아남으려면 어떠한 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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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가 로드라면 그 방법도 잘 할 수 있었다. 로드에게는 지식도 경험도 있고, 사령 마술도 있다. 아마도, 연줄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없다.

『경탈할만한 의지, 그릇이여. 태양형을 견디고, 흡혈충동을 견디고, 뿐만아니라 반 죽어가고 있어도, 나의 의사가 침식할 수 없다니……』

로드의 애매한 눈이 나를 보고 있다. 나에게 속삭인다. 환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목소리도 모습도 놀랄 만큼 뚜렷하다.

『엔드, 나를 받아들여라. 내 영혼은 네놈의 안에 있다――나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 위기도 쉽게 타파해 보이지』

악마의 속삭임이다. 이것이 정말로 환상일까, 아니면 로드가 말한 대로, 호로스 카멘의 의식은 내 안에 남아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내 대답은 하나다. 꺼져라.

나는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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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심한 안색이고, 한 번……숲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아. 슬슬 날도 밝을 거야. 밖을 걷는 것은……내일부터 해야 해”

“그래…………알았어. 그래……알고 있어. 말 안해도, 알고 있어!”

센리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다. 어느샌가, 로드의 환상은 사라져 있었다.

손이 당겨지고, 휘청거리는 육체를 질타하고 따라간다.

“……미안해, 지금 당신을, 밖에 내놓을 수는 없어……”

문득, 조그맣게 센리의 사죄가 들린다. 하지만, 그런 것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용을 이해할 여유조차 나에겐 없었다.

눈 앞의 은발이 흔들리고 있다. 피가 흐르는 하얀 손가락 끝이 내 손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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